연인의 변심

by 센터 posted Oct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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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angelo Pieta1.jpg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피에타〉

1499 | 높이174cm | 성 베드로성당, 바티칸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그림 또는 조각상으로 청년 미켈란젤로의 1499년 작품 피에타는 신의 손길인 듯 정확한 인체 비례와 대칭구도로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Michelangelo Pieta2.JPG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론다니니의 피에타〉

1564 | 높이 195cm ㅣ스포르체스코 성, 밀라노
미완성으로 남겨진 〈론다니니의 피에타〉 앞에서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탐미적 시선과 신실한 그리스도교적 믿음 사이에서 평생을 줄다리기 하며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1564년 2월 16일, 대리석을 조각하던 망치 소리가 멈췄다. 〈론다니니의 피에타Pietà Rondanini〉는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예술가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가 죽기 전날까지 매달렸던 최후의 미완성 작품이다. 이때 그의 나이 ‘아흔’. 누구의 의뢰도 받지 않은 작품으로 오로지 자신의 무덤에 놓고 싶었던 열망 때문이었다.전통적인 피에타의 도상은 성모의 무릎 위에 누워있는 죽은 예수의 구도가 대부분인데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방금 숨을 거둔 채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와 자식의 시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리아의 모습이 마치 한 몸처럼 포개져 수직적으로 배치한 낯선 피에타다. 작품은 미완성이라 예수와 마리아 옆에 예전에 다른 조각을 하다가 내버려둔 다른 이의 팔부분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수의 다리만 제대로 된 형태로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을 뿐, 다른 부분은 형체조차 불분명하고 대리석 표면에 거친 정과 끌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구세주이나 자신의 아들인 예수를 잃은 마리아의 형체는 아직 돌 속에 머물러 있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못한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슬픔은 돌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슬픔의 감정은 오히려 처절하게 다가온다.당시 미켈란젤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시대 역시 동성애는 불경스러운 행위로 만약 성 행위가 발각되면 사형장으로 끌려갔다. 또한 미켈란젤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탐미적 시선과 신실한 그리스도교적 믿음 사이에서 그는 평생 줄다리기를 하며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결국 미켈란젤로는 임종을 끝까지 지킨 그의 연인 톰마소에게 사랑의 고백 대신 “내가 죽으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기시켜 달라”는 기독교적 믿음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탐미적 시선을 거두고···. 연인의 변심이었다. 그 변심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바라보는 톰마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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