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지하 계단
오르내리는 인파들 틈에서
걸레를 든 손
바닥이 가만히
발걸음소리를 새겨듣는다
이젠 바닥에도 정이 드는지
한몸이 되어버린 바닥이
주름을 비춰준다
엎드려 살았던 몸을 닦듯
수없이 바닥이 바닥을 끌어안는다
무릎을 구부릴 때
바닥의 눈과 귀가 숨을 받아낸다
지하철역 바닥을 닦는 늙은 손등 위로
전동차가 덜컹거리며 스쳐간다
이 바닥을 떠나면
올라가는 계단은 없다
정지윤 |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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