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과 페로 Cimon and Pero(daughter breastfeeding her father in prison) 1630 / oil on canvas / 155 × 190 cm
작품은 페테르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시몬과 페로 Cimon and Pero>이다. 그림은 우리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다. 감옥 안에서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죄수인 늙은 남자는 새하얗고 풍만한 가슴을 가진 젊은 여자의 품안에 안겨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젖을 빨고 있다. 설상가상 철창 바깥에선 간수 둘이 놀란 표정으로 망측한(?) 상황을 훔쳐보고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의 관계는 뜻밖에도 연인 사이가 아닌 부녀지간이다. 로마시대에 ‘시몬’이란 사람이 왕의 노여움을 사서 감옥에 갇혔다. 시몬은 굶어 죽게 하는 형벌인 아사형을 받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해산한 지 얼마 안 된 딸 페로는 감옥으로 면회를 갔다가 너무나 굶주린 탓에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를 보고서 자신의 젖을 물려 아버지의 목숨을 연장시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로마 당국은 페로의 효심에 감동받아 시몬을 풀어준다는 것이 그림 속 숨은 사연이다. 사실 이 그림의 내력과 의미에 대해서는 별별 설이 나돌고 있지만···.
로마의 역사가인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쓴 책 《기념할 만한 행위와 격언들》에 전하는 이 이야기는 여러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였고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
보기에 따라, 해석하기에 따라 또는 생각하기에 따라 남녀의 애정행각이나 불편한 근친상간으로 비화할 수도 있고 가족 간의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될 수도 있는 이 그림을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했다면 과연 우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마냥 이상야릇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림은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편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우리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눈으로 본 것만이 귀로 들은 것만이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 진리를 자주 잊는다. 그래서 우리네 삶에 종종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
이윤아 |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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