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선 씨는 요사이 잠을 설쳤다. 지난밤이 유독 길었다. 새벽 4시 30분까지 버티다 그냥 씻고 나섰다. 가방엔 세면도구와 여분의 양말, 접이식 깔개 따위를 챙겨 넣었다. 없으면 불안한 것들이다. 노조 조끼도 넣을까를 잠시 고민했다. 오랜 버릇이다. 회사 정문 앞 새로 생긴 커피 집에 들러 잠을 쫓았다. 언젠가 분향소와 낡은 농성천막이 있던 자리다. 길 건너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걸음이 성큼 가벼웠고 표정이 종종 밝았다. 정문 너머 공장을 슬쩍 훑었다. 우뚝 선 굴뚝에서 연기가 폴폴 솟았다. 뒤따르던 박호민 씨는 노조 사무실 앞에서 사람들을 안고 울먹이느라 눈두덩이 부었다. 흰자위가 붉었다. 축하인사가 내내 민망했지만 내민 손 꼭 잡아 화답했다. 울다 웃던 박 씨는 담배 물고 땅을 오래 살폈다. 비정규직 지회장 서맹섭 씨도 언 손을 비비며 거길 찾았다. 스마트 폰을 들어 노조 현판을 찍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 이름이 거기 나란했다. 그 안쪽 사무실에 일찍부터 김상구 씨가 서성거렸다. 가끔 웃었는데, 표정 변화가 적었다. 말수도 그랬다. 별일도 아닌 듯, 7년 만의 출근을 기다렸다. 윤충열 부지부장이 안쪽 부엌 개수대에서 머리 감느라 바빴다. 낡은 노조 조끼를 서둘러 챙겨 입고 나섰다. 출근길 사람들을 배웅했다. 인재개발원행 버스가 곧 출발했다. 2016년 2월 1일 오전, 손 흔들던 사람들이 길에 남았다.
정기훈 |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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