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좀 쉬시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맞벌이 나선 젊은 엄마 아빠는 별수가 없었다. 늙은 엄마 품에 딸아이를 안겼다.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손주를 등에 태우고 마루를 기었다. 멍멍 짖고 야옹 울었다. 아이는 잘 따랐다. 잦은 야근에도 아이는 밝게 웃었다. 용돈 얼마간 꼬박 쥐여 드리는 것으로 마음 짐을 덜었다. 아이들 다 키워 낸 늙은 부모는 다시 아이를 키운다. 어머니 당신은 정녕 정년을 모른다. 주름진 손에 물기 마를 날이 아직 멀었다. 아버지 당신도 정년을 미처 몰랐다. 잘리고 나니 그때가 정년이었다. 황혼길이 아직은 억울한 아버지가 구직길에 나섰다. 취업박람회 안내판을 꼼꼼히 살피고, 여기저기 천막에 들러 상담을 청했다. 빨간 치마 꼬마 아가씨가 할머니 손 꼭 잡고 그 길에 쪼르르 함께했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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