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예술

by 센터 posted Jul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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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기둥 1944 oil on masonite
푸른 하늘과 메마른 사막에 홀로 서서 한 여자가 울고 있다. 온몸에는 못이 박혀있고 척추을 대신해  그리스식 기둥을 의지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불안해 보인다.

그런 그녀의 몸이 갈라지지 않게 하얀색 코르셋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이는 부서진 척추의 고통을 몸에 박힌 못으로 나타내면서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보
여주고 있다. 메마른 사막은 여러 번의 수술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 받은 그녀를 나타낸다.


*테우아나 차림의 자화상 혹은 내 생각 속의 디에고 1943 oil on masonite 
이어지는 짙은 눈썹, 당당한 눈빛과 육감적인 입술, 그리고 화려한 멕시코 전통의상인 테우아나를 입고 있는 이 자화상은 칼로의 강박적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마 한복판에 디에고의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써 결국은 두 존재가 하나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멕시코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1907~1954) 47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150여점의 작품을 남겼고 그중 다수는 자기 자신을 예술적 주제로 삼은 자화상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그린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도 자주 외롭고 또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가 나이기 때문이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던 칼로는 열여덟 살 때 또 하나의 불행을 맞이한다. 전차와 버스가 부딪치는 큰 교통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몸은 몇십 번의 수술과 망가진 척추 때문에 평생 석고 지지대를 입고 사는 장애인이 되어 버렸다. 서 있는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그녀는 병상에 누워 자신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칼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뜨거운 사랑을 한다. 멕시코의 최고 민중화가로 칭송받는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와 예술가로서의 교감을 쌓아가던 두 사람은 스물한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정치적, 예술적 동지로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장밋빛 인생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번의 유산과 디에라의 샘솟는 바람기는 여성과의 잠자리를 커피 한 잔 마시듯 여기고, 급기야 그녀의 여동생과 애정 행각을 벌여 칼로에게 영혼이 찢겨나가는 고독감과 상실감을 평생 동안 안겨주었다. 마침내 이혼, 그리고 이듬해 재결합. 하지만 여전히 둘 사이는 삐그덕거렸다. 남편과 아이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그녀는 그림으로밖에 토해낼 수 없었다.


그녀의 그림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 가장 정직한 이야기였다. 칼로의 삶은 줄곧 망가져가는 육체의 고통과 사랑의 배신에 대한 투쟁이었다. 예기치 못한 시련과 절망을 경험으로 자신 내면의 풍경을 치열히 그려야 했던 이유는 치유의 힘을 얻기 위함이었으리라. 칼로에게 슬픔은 삶 전체를 지배한 떼버릴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것과 함께 품고 살아가야 함을 삶이 가르쳐 주었다. 인생은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지만 늘 그녀에게 찾아오는 것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은 예술이 되었다.


이윤아 |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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