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서울 어디 차 다니던 길에 사람이 들었다. 목소리 높였다. 차벽이 금세 높아 막다른 길이었다. 오도 가도 못했다. 아이가 쪼그려 앉아 길바닥에 글을 남겼다. 하늘나라 간 언니, 오빠의 안녕을 바랐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는데, 분필이 자꾸만 뚝뚝 부러졌다. 몽당분필 겨우 쥐고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풍선 달린 배 그림을 그 아래에 보탰다. 옆자리 사내아이는 결정적 오타를 남기고 말았지만,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는 그럴 수 있다면서 아이를 격려했다. 곧 그 앞 높다란 차벽 너머에서 물대포 최루액이 힘껏 솟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몽땅 거칠거칠한 바닥에 나뒹굴었다. 매캐한 물이 거기 흥건했다. 쓰고 또 쓰고 몽당분필 되도록 길바닥에 새긴 불온한 추모글을 깨끗이 지웠다. 이럴 수는 없다면서 길 위의 사람들이 밤새 울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가면 | 센터 | 2022.10.31 | 26 |
57 | 개 풀 뜯어먹는 소리 | 센터 | 2016.06.27 | 1392 |
56 | 겨울 | 센터 | 2022.12.22 | 45 |
55 | 겨울, 거울 | 센터 | 2020.01.02 | 776 |
54 | 골든타임 | 센터 | 2017.07.03 | 1177 |
53 | 광장에서 사람들은 | 센터 | 2016.12.27 | 1164 |
52 | 그들이 꿈꾸었던 | 센터 | 2018.08.28 | 1214 |
51 | 꼿꼿하게 | 센터 | 2021.04.26 | 115 |
50 | 꿰어야 보배 | 센터 | 2014.07.08 | 2037 |
49 | 노래 이야기 | 센터 | 2019.02.25 | 1710 |
48 | 답정너 | 센터 | 2015.12.02 | 1501 |
47 |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 센터 | 2015.09.30 | 1472 |
46 | 데칼코마니 | 센터 | 2017.08.28 | 1245 |
45 |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 센터 | 2014.07.01 | 1810 |
44 | 마지노선 | 센터 | 2015.07.23 | 1452 |
43 | 맨 앞에 오토바이 | 센터 | 2019.06.25 | 1110 |
42 | 맨 앞자리에서 | 센터 | 2019.08.29 | 1031 |
» | 몽당분필 | 센터 | 2015.06.03 | 1773 |
40 | 무사고 사이 | 센터 | 2023.09.13 | 59 |
39 | 발전 없다 | 센터 | 2020.08.24 | 96080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