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으로 가는 길

by 센터 posted Apr 13,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축소동양시멘트42.jpg

정기훈 /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현장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멀다고, 그 앞 움막 사는 남자가 말했다. 신작로가 반듯했지만 실은 거기 깊은 산골이었다. 겨울이면 가슴팍까지 눈이 쌓이고 삵과 노루가 먹이 찾아 내려와 붐비는 자리란다. 재 너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는 늙어 낯익은 골짜기에 움막을 지었고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보이지도 않는 현장을 바닥 그림 보태 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석회석 광산은 그의 오랜 일터였다.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가 채 마르지 않았고, 발자국 하나 없이 선명했으니 글씨는 오늘 새로운 것이었다. 크고 작은 싸움이 그 자리에서 잦았다고 남자는 전했다. 작은 열쇠와 쇠사슬은 끊으려면 끊을 만한 것이었지만 회사의 것이었다. 그 위로 감시카메라가 분주히 돌았다. 저 아래서 빨간색 진달래를 봤느냐고 남자가 물었다. 오르는 길에 붉은 것이라곤 곳곳에 깃발이며 현수막뿐이었다고 답했다. 거기 위장도급 철폐 구호가 봄볕에 반짝였다. 오랜 법 다툼을 예고했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하나같이 가파르고 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file 센터 2014.07.01 1810
57 꿰어야 보배 file 센터 2014.07.08 2037
56 오! 재미 file 센터 2014.08.19 1675
55 주마등처럼 file 센터 2014.10.21 2647
54 어느 출근길 file 센터 2014.12.17 1717
53 일상다반사 file 센터 2015.03.03 1616
» 현장으로 가는 길 file 센터 2015.04.13 1560
51 몽당분필 file 센터 2015.06.03 1773
50 마지노선 file 센터 2015.07.23 1452
49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file 센터 2015.09.30 1472
48 답정너 file 센터 2015.12.02 1501
47 올해는 당신 file 센터 2016.01.26 1341
46 출근길 file 센터 2016.03.11 1340
45 책임지라 말하고, 어느새 농성은 file 센터 2016.04.28 1358
44 개 풀 뜯어먹는 소리 file 센터 2016.06.27 1392
43 폐허 file 센터 2016.08.24 1372
42 줄초상 file 센터 2016.10.31 1295
41 광장에서 사람들은 file 센터 2016.12.27 1164
40 분리수거 file 센터 2017.02.27 1300
39 철망 앞에서 file 센터 2017.04.26 1520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