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by 센터 posted Dec 17,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축소_파라솔.jpg

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인(1875)


축소_축소_스카프.jpg

빨간 스카프를 두른 모네 부인의 초상(1878)


축소_죽음.jpg

임종을 맞은 까미유 모네(1879)



걸어가는 아내와 아이. 불현듯 아내 까미유를 불렀을 때 뒤돌아 본 순간을 그린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색채는 마치 붓에 태양 빛을 찍어 거칠게 빠른 속도로 발려 놓은 듯 하늘과 부인과 아이, 풀밭을 넘나들며 화면 전체를 휘감아 찰나와 순간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 〈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인〉을 마주하노라면 푸르른 초원에 흩날리는 상쾌한 바람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까미유의 허망한 시선이 더 가슴깊이 아려온다. 저 강렬한 태양 빛보다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빨간 스카프를 두른 여인의 모습이 몹시 슬퍼 보인다. 창밖 너머로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길 위에 서서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는 까미유를 모네는 애써 외면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빨간 스카프를 두른 모네 부인의 초상〉을 그려나갔다. 창안의 어두움과 창밖의 밝음은 공간적인 분리와 색의 대비, 그리고 엇갈린 시선이 말하듯 그림에 미안함과 안타까움, 지독한 슬픔이 전해온다. 이 작품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까미유는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녀를 간호하고 아이들을 돌보던 알리스는 이미 모네의 여자였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색하지 않고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었던 까미유는 배신감으로 생에 대한 미련마저 쉽게 놓았는지도 모른다. 모네는 곧 알리스와 재혼을 해서 30년 동안 삶을 함께 했다. 하지만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이 그림을 곁에 두었다고 한다.


아내가 죽음을 맞는 참담한 순간에도 모네는 화가였다. 죽음의 손길이 가까워지면서 순간순간 변해가는 색채를 캔버스에 담아 나갔다. 양산을 든 까미유도 빨간 스카프를 두른 까미유도 서서히 지워지고 허망한 시선의 그녀의 눈도 감겼다. 허연 침대에 누워 하나둘 형체가 지워져 간다. 그 모든 회한도 내려놓은 듯하다. 그림 속 까미유가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바라보는 이들은 슬픔과 아픔에 젖는다. 까미유는 비록 32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위대한 화가 모네의 작품 속에 영원한 모델로 남아 있다. 〈임종을 맞는 까미유 모네〉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아내를 바라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아직 살아있는 그 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아니 이 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 심정을 까미유는 느끼고 떠났으리라. 그래서 내 남자를 용서하고 내 남자의 여자도 용서했으리라. 

꽃다운 열여덟 살에 직업 모델로 모네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시댁의 냉대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모네의 외도와 투병을 감내해야 했던 까미유. 두 아이를 세상에 남기고 떠나야 하는 그녀의 마지막이 아프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아니면 시간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글|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