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던가. 노동자가 수천이라도 조직해야 보배다. 사람답게 살자고 나선 일인데 죽어 앞장선 이가 검은색 머리띠에 흔적을 남겼다. 같이 울고 웃던 동료였으니 남은 사람들은 상복을 입었다. 영정 들고 거리를 헤맸다. 밤이면 서초동 어느 높은 빌딩 앞자리에서 노숙을 했다. 눈 뜨면 또 하루 머리띠 묶고 바빴다. 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곳에서 노조는 오래도록 금기였다. 이름값이 높았다. 때로 목숨값을 넘었다. 법당을 찾았다. 전자제품 정교한 부품을 다루던 손이지만, 염주 알 하나 실에 꿰는 게 쉽지 않았다. 절 한 번에 한 알이었다. 땀 한 방울씩이 거기 섞였다. 늦었지만 온전히 꿰어 염주 알을 셌다. 108개였다. 먼저 간 동료의 넋을 기렸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의 손이다. 피땀으로 만든 이름이다.
글·사진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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