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자리에 방송 카메라 한 대 보이질 않았다. 대신 무전기 들고 분주한 경찰이 많았다. 커다란 펼침막엔 누구라도 알 만한 사람의 얼굴과 누군지도 모를 이의 영정이 줄줄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사선을 넘은 이들도 한때 자랑스러워했을 회사 로고가 그 뒤로 보였다. 삼성을 넘겠다고 선언한 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옆자리에 섰다. 그곳에서 노조는 오래도록 금기였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니 차라리 광기였다. 금기를 부수겠다는 다짐에 결기가 섞였다. 탄압 사례를 읊었다. 지난 설움을 복기했다. 박수 오가며 사기 높았다. 온기 모였다. 할 말 있는 사람은 모였으나, 들어줄 이가 그 앞자리엔 적었다. 화분 속 봄꽃이 그 자릴 메꿨다. 돈보다 사람이, 꽃보다 노조가 먼저라더라.
글·사진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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